‘장자 못’ 또는 ‘장자 늪' 등에 관한 설화는 우리 고장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곳곳에 흔하다. 이런 설화가 많은 이유는 계율(戒律)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고, 여기서의 ‘장자(長子)’는 가진 것이 많은 큰 부자를 대접해 이르는 말이다.

옛날 암사동 형제봉(兄弟峰)에 있던 백중사(伯仲寺)에 탁발승(托鉢僧) 즉, 집집을 떠돌며 시주(施主)를 걷어다 사찰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중이 있었다.

하루는 토막나루를 건너 ‘아홉 골’ 즉, 지금의 구리(九里)까지 갔다 절로 돌아가기 위해 토평을 지나다 한 부잣집 대문 앞에 서서 목탁을 두드리자 주인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대문을 밀고나오자, 스님은

“백중사 탁발승입니다.”

라고 하며, 시주를 청했다.

노인은 아무 말도 않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쇠똥을 삽에 들고 나와 바랑에다 담아주고 시치미를 떼고 걸음을 옮겨 모습을 감췄다. 이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던이 집 며느리가 달려 나와 시아버지인 장자의 처사를 대신 사과하며, 쌀자루 하나를 들고 나와 중에게 건네주었다.

“스님, 날씨가 좋지 않을 것 같으니 서둘러 돌아가셔야 하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종일 꾸물거리던 하늘에서 비가 몇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나무아비타불… 고맙습니다. 성불하십시오.”

빗발이 제법 굵어지고 있었고, 멀리와 가까이서 천둥소리까지 들려왔다.

탁발승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엇을 살피는 듯하더니, 어떤 직감(直感) 때문인지 갑자기 며느리를 재촉해 산 쪽으로 내달리게 하고 뒤를 쫓았다.

“빨리 뛰십시오. 빨리요! 절대로 뒤를 돌아다봐선 안 됩니다.”

며느리는 영문도 모르고 뛰며 이유를 거듭 물었다.

비는 더 거세지며, 천둥에 벼락까지 쳐대고 주변이 모두 물바다가 되었다.

“빨리 뛰십시오.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차산에 도착하여 그녀는 집이 걱정되어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 그녀는 아차산의 선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그 황당한 광경을 본 탁발승은 한 번 더 뒤를 돌아보지 못하게 일러야 하는 것을 잊고 있었던 자신을 자책하며

“아차”

하고 후회에 따른 탄성을 내지르며 돌을 붙들고 울었다.